과학 혁명의 정의와 내용
과학의 역사에서는 크고 작은 내용상의 변화들이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흔히 이러한 변화들을 일반적으로 과학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16~17세기 동안 일어났던 과학 혁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 동안에는 과학의 방법뿐만 아니라 과학의 내용, 과학이 실행되는 방식에서도 급격하고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버터필드는 1952년 《근대 과학의 기원》이라는 저서에서 서구 세계를 근대로 이행하였던 사건이 종교 개혁이나 르네상스가 아니라 바로 과학 혁명이라고 논파하였습니다.
과학 혁명은 1543년에 코페르니쿠스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간하여 우주의 중심이 태양임을 선언함으로써 시작되었고, 1687년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로 종결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약 150년 동안 진행되었던 과학 혁명은 천문학 분야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지구의 운동을 새롭게 설명해 주는 새로운 역할을 필요로 했고, 뉴턴은 그러한 작업을 완성하였던 것입니다. 각 분야에서 일어난 커다란 변화를 각각 천문학 혁명, 고전 역학의 혁명이라고도 명명합니다.
과학 혁명의 특징
과학 혁명의 중요한 특징은 과학의 방법 변화로 과학적 지식을 얻는 방법에서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실험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실험이야말로 네 가지 우상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켜 자연에 대한 참다운 지식에 도달하게 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내온에 많은 관심을 두었으며, 스스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중 어느 것이 더 빨리 냉각되는지를 실험해 보고, 최초의 냉동 치킨을 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과학자란 개미와 같이 열심히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로부터 귀납적인 방법을 통해 일반적인 지식을 얻어 내는 사람이라고 언급하면서, 자연 현상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며 이러한 사항들을 순서에 맞추어 정리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한편, 프랑스의 데카르트는 ‘가설-연역법’이라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이 전해주듯이 그는 명징성을 확보한 명제로부터 체계적인 의심의 방법을 통해서 절대적으로 확실한 지식을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는 우선 모든 것을 부정한 후에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는 절대로 의심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데카르트는 그 자신의 존재로부터 자신을 가능하게 만든 신의 존재를 증명해 냈고, 신의 존재로부터 외부 세계인 우주의 존재를 설명해 냈습니다. 결국, 신은 물질을 창조했고 그것에 운동을 부여했으며, 그 운동을 보존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운동을 유지시켜 주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주장에 근거하여 2,000여 년 동안 지속되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체계를 대체할 만한 하나의 체계적이고 전체적인 기계적 철학을 제시하였습니다. 기계적 철학에서는 우주 공간이 모두 물질과 그 운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미시 물질의 운동에 대한 이해를 통해 거시적인 우주 전체의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근대 과학은 반대로 거시 세계를 미시 세계의 물질과 그 운동으로 환원시켜 바라보는 이러한 입장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과학 혁명기 동안 과학적 지식을 얻는 방법뿐만 아니라 과학이 실행되는 방식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전까지는 서로 고립된 채 개인적으로 활동했던 과학자들이 한 곳을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하나의 협회(society)를 결성하였고, 서로의 연구를 교환하고 토론하면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서로 토론한 결과를 논문 형식으로 발표하게 되었고, 발표한 논문을 널리 알리기 위한 과학 전문 학술 잡지도 출현했으며, 과학만을 주로 연구하거나 과학에 주된 관심을 가진 과학 종사자 집단이 출현하였습니다. 이렇게 출현한 과학 종사자들은 18세기를 거치면서 ‘과학자’라는 새로운 전문 직업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최초로 등장한 과학 단체는 1601년 조직된 ‘린체이 아카데미(Accademia dei Lincei)’였습니다. 이탈리아의 공작 체시의 후원 아래 모두 32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되었던 이 아카데미는 갈릴레이도 참여하여 활동하였으나, 1630년 체시 공작이 사망하자 안타깝게도 해체되었습니다.
1657년에는 피렌체에 실험 아카데미가 출현하였는데, 이 단체는 그야말로 실험을 수행하던 모임으로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던 코페르니쿠스와 토리첼리의 제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이탈리아에 생겨난 과학 아카데미에서는 과학자들의 개인적 실험을 경제적으로 후원하고 서로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지만, 주로 부유한 개인의 의사에 따라 그 존속이 결정되는 단점도 안고 있었습니다.
과학 혁명에 있어서 왕립학회의 출현
영국에서 출현한 왕립학회는 점차 그 회원 수와 기능을 확대하면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과학 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왕립학회는 1660년 11월 런던의 한 식당에 모인 10여명의 과학자들에 의해 보이지 않는 대학교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 과학자들은 그레셤이 기부하여 세워진 학교인 그레셤 대학에 모여 실험과 과학 이론에 대하여 토론하였으며, 물리‧수학적, 실험적 지식의 향상을 도모하였습니다. 왕립학회의 초기 회장은 브롱커 경이었고, 1703년에는 뉴턴이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왕립학회의 회원이 되는 데에는 자격 요건이 없었습니다. 일정한 액수의 회비를 내고 자연 과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창립 당시에는 100여 명이던 회원이 1670년대에는 200명으로 증가하였고, 1800년에는 500명으로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왕립학회 초기에는 회원들이 베이컨의 영향을 받아 실험적 과학의 증진을 위한 각종 실험 기구들을 고안하고 제안하였는데, 가장 많은 분야가 농작 기구의 개선이나 농작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학회는 이들의 논문을 전문 학회지인 《트랜스액선》에 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였습니다.
왕립학회는 회원이 되는 자격을 제한하지 않았듯이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도 제약을 두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은 자신이 수행한 과학 연구들을 학회에서 발표했고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식으로 과학 활동을 전개했기 때문에 학회를 중심으로 행해진 과학 연구는 다분히 개인적이었고 산만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프랑스의 과학 활동과 좋은 대조를 보입니다.
1666년에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영국의 왕립학회와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을 보였습니다. 왕립 과학 아카데미의 회원들은 모두 직업적으로 과학자였고, 그 회원 수도 16명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능력이 인정되는 한 반드시 프랑스인일 필요는 없었는데, 네덜란드의 호이겐스나 덴마크의 올레 뢰머가 그러한 과학자들이었습니다. 왕립 과학 아카데미의 과학자들은 왕으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받았으며, 그 대가로 왕이 위탁한 여러 가지 과학적 문제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풀어나갔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1m 길이의 정확한 표준을 정하기 위해 남아프리카로 탐사대를 보내는 일은 왕립 과학 아카데미가 수행한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수행한 연구 결과는 스스로 과학 주제를 선택하였던 영국에서의 과학적 성과보다 훨씬 방대하고 조직적인 것이었습니다.
왕으로부터 재정적, 제도적 후원을 받았던 소수 정예 엘리트 집단인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심도 있는 과학의 발전을 도모했지만, 동시에 취약점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취약점은 왕이 아카데미의 대표에게 절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야기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나폴레옹의 총애를 받아 아카데미의 대표가 된 라플라스는 수리 물리학의 연구에만 몰두하여, 그의 생애 동안에는 수리 물리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의 사후에는 급속도로 쇠퇴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형태의 과학이 발전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과학 분야에 골고루 논의되었습니다. 후세에 이름을 남긴 과학자들 중 많은 이들이 영국 출신이라는 사실은 영국이 과학에 대해 가졌던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댓글